서울시 산사태 194건, 기후변화로 극한 강우 빈발하며 위험 심화
서울은 더 이상 산사태 안전지대가 아니다. 2010–2022년 서울시에서 확인된 산사태는 194건이며, 이 중 42건이 인명·재산 피해를 수반하였다. 서초구 71건, 관악구 31건, 동작구 15건으로, 전체 산사태의 절반 이상이 서초·관악 두 자치구에 집중되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사망 16명, 부상 52명)와 2022년 수도권 폭우는 모두 시간당 100mm를 초과하는 극한 강우 조건에서 발생하였고, 2025년 7월 경남 산청군 산사태(사망 14명)는 예·경보 체계의 한계를 전국적으로 환기시켰다.
국내 산사태 예·경보체계의 구조적 ‘판단 공백’
현행 체계에서 산림청은 전국 단위 예측정보를 생산하여 시·군·구에 통보하고, 최종 경보 발령 권한은 자치구 구청장에게 있다. 그러나 자치구에 '지금 우리 구의 강우가 산사태를 유발할 수준인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정량적 기준이 없다. 산림청의 전국 단위 예측모형은 1980년대에 설계된 기준우량 위에 구축되어 있고, 서울의 복합 지질 조건과 도시형 집중호우 패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치구 담당자는 과학적 근거 없이 경보 발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놓여 있다.
국제적으로 지역별 차등 ID-Curve가 표준, 한국만 전국 단일 기준
강우강도-지속시간 임계곡선(ID-Curve)은 '어느 강도로, 얼마나 오래 비가 오면 산사태가 발생하는가'를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홍콩·이탈리아·노르웨이·일본이 모두 지역의 지질·기후 조건에 맞는 차등 ID-Curve를 경보 기준으로 운용하고 있다. 공통점은 전국 단일 기준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40년간 전국 단일 기준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역별 차등 ID-Curve를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서울의 복합 지질과 도시 특성이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간극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정책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