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교·정부,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근거 기반의 일관된 대응 필요
전 세계 청소년 심리사회 발달 악화 …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목소리 커져
소셜미디어란 ‘개인과 커뮤니티가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공유, 공동 창작, 토론, 수정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웹 플랫폼’으로 정의되며, ① 유튜브, 틱톡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 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트위터)와 같은 SNS, ③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티스토리 등 기타 플랫폼이 포함된다.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된 후로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우울, 자살, 품행문제, 주의력 문제 등이 급증하고, 여러 연구에서 소셜미디어 이용과 심리사회적 발달문제 간의 밀접한 관련성이 보고되면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특히 청소년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이유는 소셜미디어의 고유한 속성인 시각성, 상시 접근 가능성, 피드백의 즉각적 수량화, 영구성, 대중성 등이 청소년기의 뇌·심리·사회·인지 발달적 특성과 맞물려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구체적인 소셜미디어 이용 형태와 그것이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발달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 기존의 국내 조사는 소셜미디어 이용량(시간)을 청소년의 자기보고(self-report)를 통해 파악함으로써 정확도의 한계가 있고, 다양한 질적인 이용 형태(이용의 맥락과 방식)에 대한 파악도 미흡하였다.
이에 이 연구는 국내외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과 심리사회 발달에 대한 다양한 현황과 선행연구를 검토한 뒤에 서울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흔적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융합하여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양적·질적 경험을 조사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소셜미디어 이용 형태와 청소년 심리사회적 발달결과(심리정서, 사회성, 인지)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및 심리사회 발달 관련 개념·실태·법제 현황은 어떠한가?
2)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과 심리사회 발달 간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 결과는 어떠한가?
3) 서울시 청소년의 다양한 양적·질적 소셜미디어 이용 형태는 어떠한가?
4) 어떤 소셜미디어 이용 형태가 발달 위험과 관련되며, 어떤 이용 형태가 긍정적 발달과 관련되는가? 잠재적인 위험 경로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나타나는가?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심리사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과 실천 전략 수립을 위한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과 심리사회 발달 관련 개념·실태·법제 검토
소셜미디어는 국내외 청소년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미국 13~19세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4.8시간이었고(Rothwell, 2023.10.11.), 73%는 유튜브를, 절반 이상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매일 이용한다고 응답하였다(Pew Research Center, 2024). 그런데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현황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없고, 기존 실태조사는 스마트폰 사용량(의존·중독 등)과 SNS 사용에 국한되어 있다.
청소년의 심리사회적 발달문제 실태와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데이터처, 교육부 등의 대규모 시계열 지표를 살펴보았다. 2017년 이후 전국과 서울시 청소년 모두 심리정서, 사회성, 인지 발달 문제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였다. 특히 2020년을 기점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식사장애, 행동장애, ADHD 진단 인원수가 급증하였다.
이어서 소셜미디어 관련 국내외 법률 개정 동향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최근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교 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과 디지털 소양 교육이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2024년에 다수 발의되었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개정안들은 아직 심사 단계에 있다. 국외의 경우 미국, EU, 영국,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시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미국 다수의 주에서 부모 동의, 맞춤형 알고리즘 피드 제공 금지 등의 조치가 도입되었고, 호주의 경우 2025년 말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소유를 원천 금지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을 근거로 한 위헌 소송이 제기되어 시행이 중단되거나 연기된 경우도 있으며, 일부 집단으로부터 충분한 근거와 검토가 부족한 ‘입법 러시’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선행연구, 소셜미디어의 복합적 영향과 세분화된 측정·개입 필요 시사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과 심리정서 발달, 사회성 발달, 인지 발달 간의 영향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를 고찰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청소년기 소셜미디어는 자아정체성 탐색과 표현, 또래 관계 유지, 사회적 피드백 수용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자기효능감과 자존감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이상화된 외모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여 사회적 비교와 외모 중심 가치관을 강화하며, 이는 신체 이미지 왜곡 및 자존감 저하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정보 탐색이나 사회적 지지를 위한 이용은 정서 안정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과도한 몰입, 수동적 이용, 유해 콘텐츠 노출은 우울과 불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친구 유대 강화, 관심사 기반의 집단 정체성 형성, 온라인상 사회적 지지 경험은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소셜미디어를 수동적으로 이용하거나 상시 연결 압박과 부정적 상호작용에 반복 노출되면 불안, 자존감 저하, 고립감 등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정보 탐색, 창의적 표현, 기술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기주도 학습을 자극할 수 있는 반면, 숏폼 콘텐츠 반복 노출, 알림 확인 습관,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등은 주의력, 기억력, 실행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의 복합적인 결과들을 종합하면, “소셜미디어 이용이 청소년의 심리사회 발달에 무조건 부정적 영향을 주지도, 긍정적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 조사연구 측면에서 이용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적 이용 특성(플랫폼 특성, 청소년의 이용 동기, 이용 방식 등)을 세분화하여 평가해야 한다. ② 실천적 개입 측면에서 소셜미디어 노출을 무조건 줄이는 단순한 접근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하거나 도움이 되는 이용 형태를 구분하여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대부분이 해외 청소년 대상의 연구이며, 우리나라 청소년에 대한 세분화된 측정과 분석은 매우 부족하다. 또한 여전히 많은 연구가 소셜미디어의 양적 사용에 집중하고 있고, 그마저도 사용 빈도와 시간을 청소년의 자기보고 방식으로 측정해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청소년을 둘러싼 가정, 학교, 정부, 기업 등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매우 부족하여, 전 세계적인 규제 입법에 대한 관심과 달리 근거 기반의 대응 방향 수립에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