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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서울시 중장기 노숙자 정책 연구

등록일: 
2003.03.27
조회수: 
5277
저자: 
김수현
부서명: 
도시사회연구부
분량/크기: 
0Page
발간유형: 
기본
과제코드: 
200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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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배경 및 목적
우리 사회에서 노숙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4년이 지나고 있다. 1998년 초부터 서울역에 모여들기 시작한 소위 실직노숙자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상상해 본 일이 없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예년에 200~300명 정도에 불과하던 서울역 노숙자들은 1998년 여름에 2,000여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서울역 인근의 서소문공원에는 노숙자들의 텐트촌이 들어섰고, 지하도의 저녁 배식에는 매일 수백 명씩 줄을 섰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좁은 장소에, 가장 많은 노숙자가 모인 기록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하의 높은 실업률과 뒤숭숭한 사회분위기에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노숙자는 사회전체의 무기력과 절망감을 가속화시켰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8년 초만 해도 노숙자 대책을 종전의 부랑인 수용사업과 동일한 차원에서 접근했던 서울시는 7월의 고건 시장 취임을 계기로 전면적인 방향선회를 하게 된다. 즉, 시내 전역에 소규모 쉼터를 확보하여 노숙자들에게 숙소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노숙자 정책의 핵심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종전에는 부랑인복지시설을 제외하면 거리노숙자를 위한 보호시설이 전무하던 서울시에는 크고 작은 쉼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8년 9월부터는 민간부문의 쉼터설치가 기대보다 부진하자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86개의 쉼터(「희망의 집」)를 조성한 바 있다. 또한 1999년 1월에는 소규모 쉼터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대형 응급쉼터인 「자유의 집」이 개소되어 한 때 1,400명이 입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106개에 이르는 쉼터가 서울 전역에 조성됨으로써, 지난 4년 간의 노숙자 정책은 ‘쉼터 전원입소’를 원칙으로 진행되었다.
쉼터 중심의 노숙자 지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하루 평균 3,000여 명에게 숙소를 제공함으로써 길거리에서의 동사나 아사를 막고,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했다. 또 입소상담과 건강진단 등을 통해 각 개인이 처한 문제점과 욕구를 파악하여 필요한 경우 병원치료나 복지시설 입소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숲가꾸기 공공근로나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을 통해 소득활동 기회를 제공했으며, 자활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상담, 자기관리 훈련, 알코올 의존증 치료 등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상설 거리진료소까지 설치함으로써 쉼터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자들에 대한 현장 지원체계까지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노숙자 정책의 성과는 “응급보호의 성공과 지원체계 구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노숙자 증가경험과 대비되는, 유례없이 신속한 보호사업 추진과 성공이라고 할 것이다. 서울시민들도 이러한 서울시의 노숙자 대책을 높게 평가하였다. 시민․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정 MVP 제2위로 서울시의 노숙자 보호대책이 뽑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년 간의 노숙자 보호사업 성공은 그만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쉼터 전원보호의 원칙이 결과적으로 노숙자 문제를 시민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초기에는 종교․사회단체들의 참여 유도에 역점을 두었지만 사회복지관에 (일률적으로) 쉼터를 설치한 이후 점점 그 노력이 약화된 바 있다. 특히 자유의 집이 설치되어 서울시 노숙자의 ⅓~¼이 한 개의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되었다. 또한 노숙자 보호에 투입되는 자원의 90% 이상이 정부 예산에서 지출됨으로써, 서구 사회와 비교한다면 정반대의 비용조달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1998년까지만 해도 서울시 노숙자 정책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던 서울시노숙자대책협의회는 현재 의례적인 기구로 그 성격이 축소되어 있다. 결국 정부(특히 서울시) 중심의 ‘성공적’인 노숙자 보호사업이 역설적으로 민간의 사회적 책임과 참여를 약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노숙자들에 대한 서비스 수준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에 노숙자 문제가 곧 실직의 문제라는 인식아래, 당시 도입된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한 이후 지금까지도 매일 600~800명의 노숙자들에게 공공근로가 제공되고 있다.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처럼 공공근로 기회까지 우선적으로 제공됨으로써 생활보호대상자나 일반 빈곤층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현재의 노숙자 쉼터가 지나치게 과밀하고, 서비스 수준이 낮아서 생활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히 자활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사실상 노숙자들을 ‘먹이고 재우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는 비판도 따라 다니고 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노숙자 보호사업의 위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의 사회복지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다. 그만큼 현재의 노숙자 문제는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야기된 측면이 강하다. 단적인 예가 여성노숙자 문제인데, 이들 대다수는 가정폭력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해 거처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갈 만한 시설(모자자립시설, 정신요양시설 등)은 부족하거나 입소자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노숙자 보호시설을 찾게 된 것이다. 원리적으로 본다면 노숙자 보호사업은 제도화된 복지서비스나 시설의 사각(死角)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그쳐야 하지만, 우리는 그 사각의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노숙자 보호사업이 갈수록 비대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노숙자 보호사업이 사회복지 서비스 사각을 보완하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영역으로 공식화, 제도화될 것인지 하는 위상과 지향의 문제가 제기되어 있다. 이와 함께 정책대상 노숙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효율적인 자활․재활대책과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의 ‘성공적’인 노숙자 보호사업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이라기보다는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응급처방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성공적인 응급처방으로 인해, 근본적인 치료나 수술의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노숙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구축이나 내실 있는 자활․자립대책, 부랑인복지시설을 포함한 생활시설의 확충과 정비 등의 과제가 응급대책의 성과에 묻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시) 노숙자 정책이 지향해야 될 장기방향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성공적이었다고 하는 그간의 노숙자 정책의 공과(功過)를 살펴보는 가운데, 향후 10년을 감안한 노숙자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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