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연구는 주거환경의 사용자인 거주자가 인지하는 네이버후드의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특성을 분석하여 서울의 네이버후드 구성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네이버후드 관점으로 서울의 주거환경을 고찰하는 논의의 기초를 놓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이는 현행 주거환경 정비방식이 서울의 고유하고 독특한 네이버후드가 지속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된다. 서울의 주거환경 정비방식은 주택 노후도의 관점에서 오래된 주거환경을 전면적으로 철거하고 새로운 아파트단지형 주거환경으로 전환하는 대규모 주택재건축사업과 뉴타운사업으로만 운영된다. 이러한 정비방식은 오래되고 거주자의 사회적 관계망이 잘 구축된 네·이버후드의 공간·사회적 기반을 짜깁기식으로 분열․훼손하지만, 기존의 주거환경 정비 패러다임을 대체할 만한 제안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연구는 문헌고찰, 현장조사, 직접면접조사에 의한 자료·도면·통계자료 분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분석단계는 문헌고찰, 국토지리정보원의 예전지형도 분석, ArcGIS 도면 분석에 의한 서울 주거환경 변화과정의 고찰과 특성 분석이다. 두 번째 분석단계는 사례대상지에 대한 심층분석으로, 문헌고찰, 통계자료 분석, 현장조사, 직접면접조사에 의한 대상지 주거환경, 거주자의 네이버후드 관련 의식, 거주자의 네이버후드 공간영역 인지도, 거주자의 거주지 주변 근린생활시설 이용행태 조사와 이들 간 관련성을 살펴보는 상관분석이다.
서울의 사례대상지 분석을 종합하면, 네이버후드 인지영역은 군집형, 확산형, 확장형, 단일형의 유형적 특성을 가지며, 거주자의 생활편의시설 이용행태는 가로형, 근거리형, 원거리형, 혼합형의 유형적 특성을 가진다. 네이버후드 인지영역 중 가장 우세한 유형은 군집형이며 평균 3~4개의 소블록으로 구성된 5~15만㎡ 규모가 네이버후드로 설정되고, 시설이용 행태유형 중 가장 우세한 유형은 가로형이다. 거주자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연접하는 주변환경을 네이버후드 영역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우세하지만, 대블록을 정의하는 간선가로를 넘어서 주변 대블록까지 광범위하게 네이버후드를 인지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다. 네이버후드 인지영역의 물리적 규모는 편차가 크지만, 평균규모는 반경 약 187m, 면적 110,000㎡로 주거지 계획에서 활용되는 개념적인 네이버후드 유닛보다 작은 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계획된 주거환경의 네이버후드 유닛과 거주자가 인지하는 네이버후드 영역 간의 상이한 특성을 보인다고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네이버후드 인지영역에 관한 응답결과, 시설이용 행태에 관한 응답결과, 이웃에 관한 응답결과가 모두 공간적으로 공통적인 패턴을 형성하지 않음을 보여줘 거주자의 네이버후드에 대한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이해력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한편, 우세한 유형인 군집형과 가로형은 상호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거주자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네이버후드를 구성하면서 네이버후드 영역 내의 주요 생활가로를 따라 생활의 필요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네이버후드 인지영역 유형과 시설이용 행태 유형은 공간의 규모 및 특성과 행태 패턴 간 관련성이 있다.
거주자의 성별, 연령, 거주기간, 국적, 신분, 가구유형, 주거유형, 직업, 학력, 가구 소득, 주택소유형태, 이웃관계, 사회적 참여현황, 삶의 질 인식, 네이버후드 만족도 및 안전도, 어메니티에 관한 사회적 특성과 분석된 네이버후드 인지영역 유형 및 시설이용 행태 유형 간 상관분석 결과, 네이버후드 인지영역 유형 및 시설이용 행태 유형과 관련성이 있는 변수는 가구유형과 주거유형이며 이외 분석변수와의 관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네이버후드 관련연구에서 관련성이 높은 변수로 제시된 소득계층, 인종·민족, 가구구성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해외 사례연구가 제시하는 시사점은 모든 네이버후드가 조성 또는 생성 후 일련의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성장되고 발전되며 도태되는데, 이러한 네이버후드 변화 과정의 직접적인 내부 요인은 네이버후드 구성원인 거주자의 변화이며, 외적인 요인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주거 유닛과 세대주의 노후화, 그리고 로컬 경제의 성장 및 불황이다. 전자는 주변 네이버후드의 개발 또는 교외지의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기존 네이버후드 내 거주자의 유출과 유출된 틈을 메워 주는 새로 유입된 거주자의 역할로 결정된다. 후자는 기존 거주자의 사망과 분가에 따른 주거세대의 분화와 세대주의 변화, 주거유닛의 재개발 등에 의해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약 25~30년 주기로 꾸준히 변화되고 있다. 정책결정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상당히 예측이 가능한 후자의 네이버후드 변화 사이클에서 ‘전자와 관련된 어떤 정책결정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조합하여 시행할 것인가’이다.
결론적으로 지속적인 도시 네이버후드의 바람직한 성장과 진화의 핵심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네이버후드의 물리적 환경범위 내에 보행환경 네트워크의 구현, 둘째, 경제·사회적 계층의 생활방식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주거유닛, 그리고 시대적 가치를 표현한 상이한 건축적 형태와 양식 간의 혼합과 조화, 셋째, 개발과정과 운영과정에서 토지소유자, 건물개발자, 임대자의 역할의 분화에 따른 공정한 책임과 의무가 그것이다.
최근 주거환경에 관한 정책에 네이버후드의 개념을 도입한 로스앤젤레스시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후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은 로스앤젤레스시의 보존국(Conservancy)과 시민단체인 로스앤젤레스 네이버후드 이니셔티브(Los Angeles Neighborhood Initiative, LANI, 1994년)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LANI는 정기적으로 커뮤니티 포럼을 개최하고 네이버후드 쟁점을 거주자에게 전달하며, 공공과 네이버후드 간 갈등과 마찰의 중재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행정편의에 의한 공간단위가 아니라 거주자의 삶의 지속성과 소속감, 장소성이 통합된 공간단위를 도시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정책적 전환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도시형 타운하우스,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한 주거유형의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 머무르고 거주자의 일상생활의 질 향상 및 네이버후드 관리 등에 관한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정책적 해법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거환경의 사회문화적 특성, 즉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관계망의 통합으로 작동하는 네이버후드의 실증적인 특성이 배제된 정비모델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주거환경을 구성하는 네이버후드가 사회적 관계망과 물리적 공간이 통합되어 작동하는 사회적 공간의 기본단위로 주거환경의 가치와 주거환경정비패러다임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기본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거환경의 정비와 관리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주택재건축사업이나 도시정비사업이 아니라 주거환경이 조성되면서 오랜 기간 축적된 주변 인프라를 유지·개선하고 이와 연계·활용되어 기존 주거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네이버후드 재생형 디자인 솔루션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의 주거환경을 구성하는 거주자가 인지하는 네이버후드의 공간적 범위, 특성, 사회적 관계망의 현주소를 실증적으로 파악하여 기초자료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네이버후드의 공간영역을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관련된 기초연구의 축적이 시급하다. 네이버후드의 물리적 영역을 현재 주거환경의 행정관리 단위로 활용하고 있는 행정동, 법정동, 그리고 기초통계의 단위로 활용하고 있는 기초단위구의 경계와 겹쳐보았을 때, 거주자의 네이버후드 인지영역, 행정동, 법정동, 기초단위구 영역은 대체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갖지 않고 있다. 즉, 행정적인 차원에서 주거환경의 물리적 특성을 관리하거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관리하는 공간단위는 거주자가 체험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의 터로서 주거환경의 안정성을 요구하는 물리적 장소와는 관련성이 매우 낮다.
또한, 주거환경계획시 주거지의 중심적 기능을 담당하도록 계획되는 지하철역, 공공시설, 학교, 오픈 스페이스는 지하철역을 제외하고 그러한 기능적 역할과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하철역의 중심적 경향도 네이버후드가 역세권 네이버후드의 질을 갖는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러한 관찰결과는 주거환경계획과 정책의 새로운 시각과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초연구로서 연구대상지를 선정하여 자료의 구축과 관찰분석을 통한 서울의 네이버후드 구성가능성을 논의하고 그 특성을 살펴본 시론적 연구이다. 즉, 이 연구가 제시하는 서울의 네이버후드 구성가능성과 잔존하는 네이버후드의 특성, 거주자의 네이버후드 인지 특성 등은 실험적인 단계의 자료로 보아야 하며, 네이버후드 관점에서 주거환경을 고찰하는 연구방법론도 하나의 대안으로 보고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방법론적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거지정비 패러다임 전환의 철학적 중심에서 네이버후드를 쟁점화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주거환경 전체에 대한 광범위한 기초자료 구축과 네이버후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