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화성행차는 ‘정리의궤’ 바탕 정확한 고증·복원 가능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행차는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참배하고 혜경궁 홍씨의 회갑년을 겸한 대규모 행차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는 서울시 창덕궁에서 출발하여, 수원시 화성까지 약 62㎞의 거리를 수행원 1,722명, 말 786필과 함께 8일간 행차한 기록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이 행차는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愛民)정신 등 정신적 가치의 발로였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수준의 기록문화와 과학기술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왕의 행차 자체가 화려하고 장대한 볼거리를 제공하였는데, 특히 정리의궤(整理儀軌)를 바탕으로 정확한 고증과 복원이 가능하다. 이처럼 정조대왕 화성행차는 역사적 가치와 볼거리가 결합한 최고의 역사문화콘텐츠 중 하나이다.
장기적으로 완전복원… 단기적으론 부분복원이 현실적
서울시가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비롯한 역사성 회복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화성행차 재현과 같이 물리적 복원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정통성 있는 무형 문화유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이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역사문화퍼레이드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도시화에 따라 도로가 확대 또는 변형되고 행궁터는 훼철되어, 화성행차의 경로와 규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완전복원을 추구하되, 단기적으로는 부분복원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부분복원이라 하더라도 정확한 고증에 기반하여야 하며, 경로와 연계된 관련 지자체의 협조도 필요하다. 다만, 수원시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에서 공동 재현의 가치와 의의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화성행차 재현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