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지역제 규제요소와 운용방식 국제비교 연구
복합용도 유도·형태기반조닝으로 전환하는 추세
서울, 유연한 토지이용관리 위한 방향 모색 필요
용도지역제, 시대변화 대응에 한계 있어…미래지향적 공간 위해 유연한 변화 필요
현대의 용도지역제는 근대 산업사회에서의 안전, 위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미국의 ‘유클리드 조닝(Euclidean Zoning)’을 기본으로 한다. 유클리드 조닝은 토지이용(용도)의 배타적 기능 분리를 특징으로 하는데, 각 용도지역에 부여된 허용용도 이외의 토지이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입지를 금지한다.
우리나라는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에 근거해 ‘용도지역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하였으며, 현재까지 전 도시의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용도지역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배타적 용도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용도지역제로는 다양성을 전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의 수요를 유연하게 담아내기 힘들다. 인구감소 및 인구구조 변화, 기후변화와 같은 이슈는 물론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신규 감염병의 발생 등 앞으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경직적이고 일률적인 기존의 체계로는 이러한 시대적 여건변화에 대응해서 서울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 도시공간을 조성하기에 한계가 있다.
유클리드 조닝 한계 넘어 복합적 토지이용 전략 모색 등 다양한 시도
최근 세계 각국(도시)에서는 유클리드 조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적 토지이용과 보행에 의한 친근한 생활권 형성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토지이용 관리수단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개되는 ‘맥락 조닝(Contextual Zoning)’, ‘형태 기반 코드(Form-based Code)’로의 전환 등이 그 일례이다.
미국 뉴욕시(City of New York)는 1980년대 후반 맥락 조닝의 개념을 도입한 이후, 리조닝(Rezoning)을 시행하여 도시 고유의 정체성과 활력을 제고하고 있다. 덴버(Denver)는 기존 체계의 비효율성을 인식하여 2010년 형태 기반 조닝으로 토지이용 관리수단을 전환하였으며, 로스앤젤레스(LA)는 전통적 유클리드형 용도지역제와 형태 기반 조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Hybrid Zoning)의 리조닝을 추진하고 있다.
용도지역제의 발상지인 독일 또한 일찍이 토지이용계획(F-Plan)과 지구상세계획(B-Plan)으로 토지이용 관리수단을 전환하였으며, 영국에서는 계획허가제(Planning Permit)를 활용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와 호주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제도를 절충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용도지역제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도 새로운 토지이용 관리로 “Beyond Zoning”, ‘新 용도지역체계’ 검토 중
서울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Beyond Zoning”이라고 통칭되는 ‘신(新) 용도지역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특성과 잠재력을 고려하여 용도지역제를 유연하게 운용함으로써 유클리드형 용도지역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도시의 활동을 담아낼 수 있는 다기능 복합지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 글로벌 팬데믹 등 여건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질서 있고 매력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하고 있는 용도지역제는 전국 모든 도시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중앙집권적이고 경직적인 체계이면서 또한 용도지역과 개발밀도가 일차원으로 연동된 단선적 위계 구조이다. 건축물 용도분류체계는 토지이용 및 이용행태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근린생활시설의 범위로 용도지역 간 차이도 미미하다. 이와 같은 산재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여건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개선방안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단순히 하나의 규정만을 고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 연구는 세계 대도시의 토지이용 관리체계 특징(규제요소 및 운용방식)과 변화의 방향을 각국의 역사와 발전경로, 정치·행정시스템, 도시계획체계 등과 함께 비교·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미래 서울의 토지이용 관리수단을 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