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버넌스 사례: 요코하마市의 지구계획과 행정의 역할
<font color="#A345B4"><b><주요 내용> </b></font>
일본은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통해 도시계획 프로세스를 변화시켰다. 지방분권에 부합되게 도도부현(都道府縣, 일본의 광역자치체)과의 수평적 협의, 시정촌(市町村, 일본의 기초자치체) 도시계획심의회의 법정화, 다양한 분야의 조례로의 위임 등의 구체적인 변화가 2000년 도시계획법의 변화로 나타났다. 종래 기관위임사무(전형적인 중앙집권 방식의 사무처리)의 집행주체였던 도도부현 중심의 도시계획이 자치사무로서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시정촌이 주역이 되도록 조건이 정비됐다. 일본에서는 시정촌의 합병과 함께 사무 위임 및 위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도시계획은 공공성이 높다는 이유로 담당자는 행정이어야 한다는 고착화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행정 내부에서만 도시계획을 운용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행정만이 아니라 주민과 사업자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요청이 늘고 있고,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시계획에 관련된 정보를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방분권은 지역에 더욱 밀착한 주민의 의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선택을 지역에 맡겨 자기 책임으로 도시계획을 진전시키며 다양한 기회를 통해 주민의 역량을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지구계획의 주민 참가는 발의 단계, 학습 단계, 입안 합의형성 단계, 행정절차 단계 등의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데, 합의형성의 원활화와 조직 만들기, 기술 지원 등에 행정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행정의 주도적인 역할로 지구계획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요코하마市를 들 수 있다.
중고층 맨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코하마市는 ‘마을의 룰 만들기 상담센터’를 2002년 9월 12일에 개설, ‘지구계획’이나 ‘건축계획’의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맨션(일본에선 아파트를 칭함) 건설이 문제를 낳기 전에 주민 스스로 마을 만들기를 규율할 룰을 조기에 만들도록 노력했다는 점은 지구계획을 활용해 분쟁의 소지를 해소한 예다.
또 市는 개별주택 중심이기 때문에 맨션이 건립되지 않도록 하려는 주민들의 상담에 대응해 직원이나 코디네이터(도시계획 전문가)를 파견해 지역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인구 350만 명이 넘는 요코하마市는 상담센터를 市 본청에 설치하고 4개의 지부(중부, 남부, 서부, 북부)를 두고 시민의 마을 만들기 상담에 대응하고 있다. 2004년까지 300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font color="#A345B4"><b><해설 및 평가></b></font>
일본은 거버넌스가 실현될 수 있는 법·제도적 조건이 정비되고 있다. 즉 지방분권법에 근거한 중앙정부의 슬림화와 역할 이양을 통해 도도부현이나 시정촌과 수평적 정부간 관계가 형성되도록 인프라를 정비했다. 그리고 도시계획 제도와 같이 지역주민 참가와 이해관계자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행정 영역에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는 ‘룰 만들기 센터’와 같은 조직을 구성했다. 행정도 거버넌스라고 해서 방관자적인 입장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분야나 사회 인프라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font color="#A345B4"><b><서울시정의 현황과 문제점></b></font>
서울시의 경우, 지방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입장임에도 중앙정부로부터의 분권이나 자치적 역량 향상을 위한 광역정부적인 노력이나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수평적인 정부간 관계의 역량을 갖춤으로써 중앙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화되거나 역할중복적인 중앙-지방 관계로 인해 생기는 비효율을 공개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와 자기 선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주민참여란 관점에서 방치돼 있는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가 지역문제 해결에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파트단지마다 형성돼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나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공식적 지역커뮤니티 단체가 도시지역의 행정 참가와 행정 운영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위를 부여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font color="#A345B4"><b><벤치마킹 시행방안></b></font>
일본 요코하마市의 거버넌스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분권이나 시민 참가라고 해서 행정이 수동적으로 시민의 요구에 대응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문제에 대한 파트너십을 통해 행정이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것이다. 요코하마市의 경우, 마을의 룰 만들기 상담센터와 같이 지역주민이 전문성을 가지고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거버넌스와 지역문제 전문가를 배치해 이에 대한 자문과 상담에 응하는 것이다. 서울시에는 수천 개의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나 지역커뮤니티 조직이 있다. 이 조직들이 각각의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행정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font color="#A345B4"><b><벤치마킹 기대효과></b></font>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주민이나 지역커뮤니티의 자치능력 향상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와 서울시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수십 년간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일본의 마을 만들기와 행정의 역할에 대한 벤치마킹은 서울과 같은 도시정부의 거버넌스 역량을 향상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또한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의 역할 구분이 애매한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
<div align="right">/김찬동 도시경영부 부연구위원(<a href="mailto:chandong99@sdi.re.kr">chandong99@sdi.re.k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