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혼잡통행료 제도
<font color="#6382A3"><b>주요 내용</b></font>
혼잡통행료 제도 실시 이전 영국 런던의 중심부는 매일 100만 명 이상의 통행자가 도시 내 도로를 이용했다. 이로 인해 도심부 도로의 평균 차량 주행속도는 15㎞/h 정도로 매우 혼잡했으며, 2000년 기준 혼잡비용은 1500만~2000만 파운드(약 300억~4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켄 리빙스톤 런던시장이 혼잡통행료 징수를 선거공약으로 채택했고, 당선 이후 2003년 런던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초기 혼잡통행료는 런던 중심 22㎢ 지역에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5파운드(약 9000원)를 징수했으며 이후 8파운드(약 1만 4000원)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교통혼잡 감소 및 대중교통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 런던 도심부로의 접근시간 개선, 효율성·안정성·일관성 있는 교통서비스 및 물류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됐다.
런던의 혼잡통행료가 교통혼잡 감소, 대중교통 통행량 증가 등의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이러한 효과가 대기오염 감소 및 도시환경 개선 등의 파급효과를 내자 2006년 7월 13일 켄 리빙스톤 런던시장은 런던 도심 혼잡통행료에 환경세 개념을 도입해 대기오염 배출이 많은 4륜 구동 차량 등에 하루 최대 25파운드(약 4만 4000원)까지 통행료를 중과(重課)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평균보다 낮은 친환경차량은 통행료 일부를 감면받게 된다. 이 제도는 도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계획됐으며 전문가 및 시민 의견을 수렴해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혼잡통행료 지불 방법도 다양해져 혼잡통행료 위반에 따른 범칙금 납입 적용기간을 하루 유예하기로 했다. 혼잡통행료를 당일 자정까지 지불하지 못한 경우 범칙금 100파운드(약 18만 원)를 물어야 했던 기존 제도에 대해 지역 기업가들이 과도한 세금 부과라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제는 깜박 잊고 혼잡통행료를 지불하지 못한 경우 다음날 자정까지는 하루치 통행료에 2파운드(약 3600원) 수수료를 더한 10파운드(약 1만 8000원)만 지불하면 된다.
<font color="#6382A3"><b>해설 및 평가</b></font>
런던의 혼잡통행료 징수는 세계의 큰 관심거리다.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혼잡통행료의 효과를 분석·평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문제가 도시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서울, 동경 등 세계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2003년 도입 이후 3주년을 맞은 런던市의 도심 혼잡통행료 제도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수행되었다. 우선 제도 도입 주체인 런던市 및 교통공사측은 교통정체가 26% 정도 개선됐을 뿐 아니라 대기질 개선, 도로 안전사고 감소, 도심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조달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대도시 중 유일하게 자가용 중심 교통체제에서 대중교통(자전거 포함) 위주의 교통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런던의회는 ‘혼잡통행료 실시 이후 런던도심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교통량이 2005년에 비해 22%가 줄어 목표치인 20%를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와 보행로가 더욱 안전해졌고 자전거와 버스 이용자가 증가했으며 공해물질 배출량이 13~15% 감소했다. 런던시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46% 단축되었을 뿐 아니라, 교통시설 투자를 위한 재정을 약 2200억 원 마련했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16%, 니트로젠 옥사이드가 13% 감소됐다.
영국 환경식품농촌부는 혼잡통행료 부과가 차량 이용을 줄여 대기오염을 저감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정부의 대기오염정책에 대한 전문가 자문 과정에서 만들어졌는데, 차량과 선박,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여전히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며 평균 8개월 정도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계획과정에서 대기오염문제 해결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혼잡통행료 부과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보수당 출신 의원 및 차량 운전자 등은 혼잡통행료 1일 8파운드(약 1만 4000원)를 지불하고도 3년 전에 비해 평균 시속 1.5km 정도만 빨라졌을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런던의 혼잡통행료는 교통부문에서 직접적인 효과만이 주로 분석되었다. 즉, 버스통행량 증감, 버스통행속도 증감, 교통량 증감, 수익성, 징수시설 등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혼잡통행료 징수로 인한 교통량 감소가 대기오염 감소, 도로환경 개선 등의 간접효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위의 사례는 교통혼잡과 그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고민하고 있는 도시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font color="#6382A3"><b>서울시정의 현황과 문제점</b></font>
서울시에서도 이미 1996년 11월부터 남산 1·3호 터널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2인 이하가 탑승 중인 10인승 이하 승용·승합자동차를 대상(일부차량 면제)으로 혼잡통행료 2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남산 1·3호 터널의 통행속도는 84% 증가했고 통행량은 13% 감소했으며 통행인구는 11% 증가했다. 그런데 서울시 남산 1·3호 터널에서의 혼잡통행료 징수는 그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많이 드러냈다. 혼잡통행료 수준과 부과지점의 적정성, 혼잡통행료 징수방법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font color="#6382A3"><b>벤치마킹 시행방안</b></font>
혼잡통행료 제도는 서울시에서도 교통국 주관으로 이미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런던의 혼잡통행료 징수제도 자체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서울시에서 혼잡통행료 징수지점을 확대할 때 런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에도 런던과 서울의 도시 특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혼잡통행료에 환경세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은 혼잡통행료 징수의 확대 시행이 결정되어 징수지점, 징수방법, 요금수준 등이 논의된 후에야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서울시에서 혼잡통행료 징수를 확대한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혼잡통행료 징수지점을 단계적으로 선정할 때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 기준으로 효과성(교통혼잡 완화 및 대기오염 감소 등의 효과가 있어야 함), 간편성(이용자 및 운영자 등이 간편하게 이용해야 함), 비전이성(혼잡이나 대기오염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전이성이 없어야 함), 대체성(교통수단이나 노선에 대체기능이 존재해야 함), 단속 용이성(위반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어야 함), 신뢰성(징수기기 및 단속기기에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함) 등을 들 수 있다.
<font color="#6382A3"><b>벤치마킹 기대효과</b></font>
대기오염의 주 발생원이 승용차임을 고려한다면 승용차 감소는 곧 대기오염 감소와 직결된다. 따라서 혼잡통행료 징수의 가장 큰 간접효과는 대기오염 감소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정책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대기오염 감소 이외에 언급할 수 있는 혼잡통행료 징수의 간접효과는 도로공간을 비롯한 도시공간을 승용차에서 대중교통과 녹색교통 이용자에게 되돌려 줘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div align="right">/이신해 도시교통부 연구위원(<a href="mailto:newsun@sdi.re.kr">newsun@sdi.re.k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