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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도시공간의 중간영역에서 공간정의 실현방향 -공간특성인자 활용한 장소경쟁력 강화-

등록일: 
2022.04.28
조회수: 
1559
저자: 
민현석, 오지연
부서명: 
도시공간연구실
분량/크기: 
125Page
발간유형: 
기초
과제코드: 
2021-BR-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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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 차이에 기반둔 공간 다양성 확보해야 피마길 등 중간영역에서 공간정의 실현 가능

지역 고유특성으로 나타난 공간적 차이 고려않는 공간정책으로 공간부정의 발생

전 지구적 감염병사태(global pandemic)로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범위가 축소되면서 커뮤니티 단위의 활동이 늘어나고 가급적 커뮤니티 안에서 사회적 활동에 필요한 수요를 충당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그동안 주목을 끌지 못하였던 커뮤니티 주변의 숨겨진 공간에서 장소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직·간접적인 접촉수단을 통하여 공유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 지구적 감염병사태가 도래하기 이전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의 통합화가 가속화되면서 발생되었던 공간의 부정의(spatial injustice)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몇몇 공간이,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형성하는 특수한 조합을 통하여 공간적 특수성(spatial specificity)을 가지게 되면서 이곳을 대상으로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본의 불균등한 집중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나라들은 전 세계에 부유하는(buoyant) 자본을 유치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장소 마케팅(space marketing) 정책을 펼쳐나갔다. 이때 각국의 장소 마케팅의 대상은 대부분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도시는 그 주변의 배후지역을 아우르는 거점으로서 지역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는 구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사회적 혁신과 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도시를 대상으로 한 장소 마케팅은 자본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연출된 도시의 이미지는 여행지에서 구입한 정형화된 그림엽서에 그려진 도시와 같이 실존하는 도시가 아닌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미화된 허상일 뿐이었다. 장소 마케팅에서는 도시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도시를 어떻게 대중에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시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계층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뿐이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많은 낙후된 지역이 지역 고유의 장소적인 특성을 등한시한 채, 대중적 인기를 얻은 지역의 외형적 모습만을 단순히 모방하는 마케팅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몰개성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지역 고유의 공간적 특성으로 나타난 공간적 차이(spatial difference)를 자연스러운 공간현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지역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공간적 격차(spatial disparity)로 간주한 정부의 균형발전정책도 지역 간의 공간적 다양성을 훼손하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지역의 공간적 차이를 활용한 차별화된 재원의 배분보다는 모든 지역의 공간이 같은 목표와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하는 표준화된 공간정책은 다양한 공간을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을 줄이는 동시에 평균적 수준의 동일한 재원확보를 위하여 지역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함으로써 규모의 비경제(diseconomy of scale)를 발생시켰다.

노상카페·골목길 등 중간영역에는 공간적 특수성 발현하는 공간특성인자가 존재

공간적 차이를 발생시키는 공간적 특수성이 모든 공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몸속에 내재되어 있는 본유적(本有的) 유전자의 특성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공간적 특수성을 발현하는 공간특성인자가 존재하는 공간에서나 공간적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간적 차이에 기반을 둔 차별화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공간적(socio-spatial)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 공간특성인자가 존재하는 중간영역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중간영역에는 가시적인 도시의 모습이나 경관에서는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유연성에 의하여 야기된 불완전한 결과요소가 있다. 다시 말해서, 공간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사회적 연결망과 이로 말미암은 여러 사건들의 인과적 흐름, 주변요소와의 관계에서 파생된 공간의 역할과 기능, 공간형성의 역사적 배경과 이를 암시하는 이름 등 다양한 의미적 해석요소가 존재한다. 이처럼 중간영역에서 나타나는 도시의 가시적 형상과 내포된 의미의 불일치는 도시공간에 의외성과 신선함, 변화와 애매함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도시공간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 냈다. 풍부한 도시적 맥락은 특히 영역구분이 모호(模糊性)하고 경계적(周緣性) 성격을 띠는 중간영역에서 가시적인 형태로 표출되었다.

마키 후미히코(槇文彦, 2019)는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사이에 완충공간으로서 중간영역(空き間)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는 중간영역이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일종의 경계이자 매개공간으로서 도시공간의 내재적 성질(奥性)이 표출하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하였다. 한편 올든버그(Oldenburg, 2019)는 집(민간영역)도 일터(공공영역)도 아닌 제3의 장소(third places)로서 중간영역을 언급하였다. 효용성이라는 이름 아래 단일성격의 체계적으로 기획된, 공식적 활동 이외에는 다른 여타의 활동도 허용하지 않는 현대의 도시공간과는 달리 모두를 포용하는 중립지대로서 중간영역에서는 어슬렁거리거나 빈둥거리며 죽치고 앉아 있는 비공식적 공공생활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상 카페나 음식점, 동네슈퍼 앞 평상, 쌈지공원 또는 소규모 공터, 텃밭, 골목길과 같은 마을의 소가로 등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영역이 서로 충돌하고 교우하는 모호한 경계로서 중간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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