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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 자동차와 교통 분야 혁명적 시도 필요”

등록일: 
2019.03.22
조회수: 
115

서울에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5일 서울시청 앞 한 음식점에서 서왕진(55) 서울연구원장과 마주 앉았다.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모든 국민이 묻고 싶어하는 그 질문이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정을 뒷받침하는 연구기관으로 국내에서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가장 집중적으로 해온 곳이기도 하다. 서 원장은 기다렸던 것처럼 얘기를 시작했다.

“현재 두 가지 방향에서 노력이 진행되고 있죠. 먼저 국외 발생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건 좀 시간이 걸리겠죠. 다만 중국과 일대일로 얘기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다자 간 협의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란 국제기구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동북아 다자 간 협의체(NEACAP·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를 만들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에 몽골과 북한까지 참여하는 협력체입니다. 이런 조직을 중심으로 국제적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외교적 노력에만 미세먼지 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 그는 “국내에서는 훨씬 획기적인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게 석탄화력발전인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눈 질끈 감고 대폭적으로 감축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석탄화력발전 감축이 제1의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정부 차원의 제1과제가 석탄화력발전 감축이라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최우선적으로 매달려야 할 과제는 자동차 감축이다.

“도시정부 차원에서는 차량 문제가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노후 경유차를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보조금을 주더라도 경유차 폐차를 적극 유도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경유차를 아예 없애는 수준까지 가야 됩니다. 유럽이 지금 그렇게 가고 있죠.”

서울연구원은 연간 실측을 통해 2017년 ‘미세먼지 발생 지역별 기여도’를 처음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서 국내 기여도가 45%로 측정돼 주목을 받았다.

서 원장은 이날 ‘획기적’ ‘혁명적’이란 말을 자주 썼다. 그만큼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자동차나 교통 분야에서 혁명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서울시가 오는 6월 녹색교통진흥구역(한양도성 안)에서 노후 경유차 통행을 아예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인데, 시민들 불편이 크겠지만 도심으로 차가 쏟아져 들어오는 걸 제한하지 않고는 대기질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역시 도심에서 자동차를 줄이는 목표와 관련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역사·문화의 복원이란 의미도 있지만 ‘전환도시’(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를 위한 중대한 실험이라는 측면도 있어요. 광화문광장을 넓히고 차도를 없애면 시민들이 얼마나 불평을 하겠습니까. 서울시가 그걸 몰라서 광화문광장을 바꾸겠다고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도심에서 차량 통행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걸 그대로 두면 도시의 미래가 없다, 그런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하는 것이죠.”

서 원장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교통 문제를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시민 불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요구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정부는 뭐 하냐고 아우성을 치다가도 차량 운행을 제한하거나 길이 막히면 욕부터 하는 게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였습니다. 언론도 이런 불편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지 않았죠.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는 시민들과 함께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는 과제입니다. 시민들도 불편을 감수하며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미세먼지 문제의 ‘광역적 대응’을 환경부와 지자체에 제안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시 서울시 혼자만 하는 것은 효과가 적기 때문에 동일한 대기영향 권역에 있는 경기도, 인천시, 충청지역까지 포함하는 비상조치가 설계되고 추진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당일 대응만이 아니라 예비조치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런 제안들은 정부에서 받아들여져 ‘미세먼지특별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새로 제안하고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고농도 발생 당일만이 아니라 고농도 발생 시기 전체를 대상으로 예비저감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미세먼지 시즌제’에 대해 “여름철이 되면 장마나 태풍 등에 대비해 ‘풍수해 대비기간’이 전국에서 발동된다. 봄철에는 ‘산불방지 대책기간’도 설정돼 있다”며 “그런 것처럼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을 발동해 적극적으로 예비저감조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발생한 경우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죠. 사후적 대처에 불과합니다. 사전에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누적되는 걸 완화시키는 대책이 부재합니다. 그렇다고 1년 내내 저감조치를 할 수는 없으니까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이 잦은 겨울철과 봄철을 고농도 시즌으로 설정해 이 기간 내내 석탄화력발전을 감축한다거나 차량 부제 운행 등 저감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10월에서 3월까지 차량 제한 등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 원장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북한과 협력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북한에서 오는 미세먼지도 상당하다. 우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7% 정도가 북한의 영향이다. 북한의 석탄화력발전이 원인인 것 같다”면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의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